에너지, 토목 및 건설 산업에서 시추 작업은 효율성과 정확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 SLB와 건설 현장의 사물인터넷(IoT) 기술 적용 사례는 시추 기술의 디지털 혁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 SLB는 지난 9일 뉴로(Neuro™) 자율 지오스티어링 기술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AI)과 첨단 클라우드, 에지 컴퓨팅을 결합해 실시간으로 지하 정보를 분석하고 최적의 시추 경로를 찾아낸다. 이는 기존 시추 작업에서 필수적이던 사람의 개입을 배제시켜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뉴로 지오스티어링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기존에는 지질학자와 드릴러가 데이터를 해석하고 궤적을 수동으로 조정해야 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저류층의 가장 생산적인 층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감지하고 자율적으로 드릴 비트를 조정해 최적의 생산성을 보장한다.
SLB의 유정 건설 부문 사장 헤수스 라마스는 “뉴로 자율 지오스티어링은 마치 자율 주행차가 운전자를 지원하듯 드릴러를 돕는다”며 “이 기술은 시추 작업의 일관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탄소 배출까지 줄이는 혁신적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에콰도르의 실제 사례는 이 기술의 성과를 자세히 보여준다. SLB는 샤야 에콰도르(Shaya Ecuador S.A.)의 온쇼어 유정에서 뉴로 기술을 활용해 2392피트 구간을 시추했으며 25회의 자율 궤적 변경을 몇 초 안에 완료했다. 그 결과 유정은 저류층의 가장 생산적인 층에 정확히 배치됐고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생산량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기술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환경 지속 가능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SLB는 자율 시스템이 유전 개발 계획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고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토목 및 건설 분야에서도 스마트 기술의 도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지반조사 기술은 시추 작업의 정확성과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기존 지반조사 작업에서는 수작업 중심의 데이터 기록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는 데이터 누락, 기록 오류, 정보 전달 지연 등의 문제로 이어져 작업의 효율성을 저해했다. 이에 대응해 숭실대학교 장계석 박사 연구팀은 IoT와 웹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 스마트 지반조사 기술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현장에서 시추 깊이와 토질 정보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기록 및 전송해 관리자와 발주처가 현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작업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GPS 기술을 활용해 시추 위치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변경 사항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도 함께 구현됐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장비인 AutoSPT를 통해 시추 깊이와 타수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하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를 통해 작업 과정이 간소화됐고 데이터의 신뢰성이 대폭 향상됐다.
데이터 입력의 표준화를 위해 웹 기반 선택적 입력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작업자의 숙련도와 관계없이 일관된 품질의 데이터 입력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시추 주상도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능이 추가되면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 시스템의 효과는 한국도로공사 스마트건설사업단이 참여한 두 차례의 실증 현장에서 검증됐다. 첫 번째 실증은 LH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 토질조사 현장, 두 번째는 경부고속도로 직선화 사업 구간에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연구팀이 설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기술의 우수성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
스마트 기술은 이제 산업 전반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와 건설 산업에서 스마트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SLB의 뉴로 자율 지오스티어링은 에너지 산업의 탄소 배출 감축에 기여하며 IoT 기반 지반조사 기술은 건설 현장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향후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 이러한 기술들은 산업 전반에 걸쳐 더욱 확산될 것이다. 산업계와 스마트 기술의 접목은 디지털 혁신과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