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번 호에서는 파리를 제외한 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와 건축풍경으로 샹보르 성과, 아비뇽, 몽셸미쉘을 소개하기로 한다.
샹보르 성
샹보르 성(프랑스어: Château de Chambord)은 파리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프랑스 왕실 영지인 샹보르 삼림정원(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다. 이 성은 루브르 궁전, 베르사이유 궁전과 함께 프랑스의 3대 국보급 궁전으로 알려져 있다. 국왕의 사냥터로 사용되었던 삼림 정원은 유럽에서 가장 큰 정원(약 50 k㎡)으로 이 정원의 중심에 위치한 샹보르 성은 루아르 지역에 있는 성들 가운데서 가장 큰 규모이다. 또한 처음 지어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유일한 왕실의 재산이라 한다.
이 성은 원래 프랑수아 1세(1494-1547)가 사냥을 위한 숙소용으로 지어졌는데 1518년 사냥 집을 허물고 왕궁으로 건립하기로 시작하였다. 중앙에 그리이스 십자형(가로 세로의 길이가 같은 십자형)의 통로를 기초하여 십자 평면 중앙에 이중 나선 계단이 성의 중심이 되도록 하였다. 이 이중 나선 계단은 왕의 귀빈으로 초청받았던 레오나드로 다 빈치가 스케치해 준 것으로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만나지 않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이 계단은 전체 평면의 중심이자 계단의 상부가 가장 높은 전망탑으로 되어 있어 좌우 대칭인 전체 건물의 중심이 되고 있다. 만년의 다빈치는 프랑수아 1세의 초청으로 프랑스로 와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년간의 보살핌을 받았다. 다빈치가 세상을 떠나자 프랑수아 1세는 다빈치가 프랑스에서 완성한 를 비롯한 다빈치의 여러 작품들을 구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세계 최고가(추정액 40조)이자 루브르 미술관의 상징인 가 다빈치의 모국인 이탈리아가 아닌 프랑스에 있게 된 까닭이다. 예술가의 가치를 내다볼 줄 아는 프랑수아 1세의 혜안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건물은 중앙과 외곽 각 모퉁이에 원형의 평면을 만들고 그 지붕은 원추형을 기반으로 고딕 양식의 첩탑과 르네상스 풍의 작은 돔탑들이 겹쳐져 리드미컬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저층부의 구성이나 각 층의 창들은 정갈한 르네상스 풍으로 디자인되어 건물 전체적으로는 전통적인 프랑스 고딕 양식과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양식이 결합된 절충주의 양식을 보여준다.
건물은 루이 14세 재임 시기에 성 본체가 완성되었고 프랑스 원수(명예 장군)로 불렸던 삭스(Saxe) 사령관이 이 곳에 머물며 샹보르 성의 프랑스식 정원을 조성하였다. 웅장한 스케일의 건축물과 끝없이 펼쳐지는 정원 디자인은 후일 루이 14세 때 지어진 베르사이유 궁전의 모태가 된다.
아비뇽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아비뇽은 로마 교황청이 14세기에 70년간 이곳으로 강제로 옮겨와 머물러 있었던 아비뇽 유수(幽囚, Avignon Papacy)가 있었던 도시이다. 프랑스 국왕 필립 4세(1285~1314)는 교회 과세 문제로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대립하게 되었다. 필립 4세는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삼부회를 소집하여 당시 최고 권위자였던 교황을 굴복시키고 교황별궁이 있는 이탈리아 아나니(Anagni)에 감금하였다. 아나니에 감금된 교황은 로마 귀족가문 출신 '시아라 콜로나'에게 심한 욕설과 구타를 당하자 그 충격으로 인해 한 달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교황이 사망하자 후임 교황을 프랑스인으로 임명하고 1309년부터 1377년까지 임명된 7명의 교황 모두 프랑스인 출신으로 이 아비뇽에서 생활하도록 하였다. 고대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에 빗대어 쓰인 이 아비뇽 유수는 교황 그레고리오 11세가 1377년에 로마로 교황청을 이전하므로써 종식하게된다.
교황이 머물렀던 아비뇽은 39개의 탑과 7개의 성문을 포함해 4km에 달하는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성벽 안쪽으로는 중세시대부터 형성되어 온 시가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비뇽의 중심 건물인 교황청 건물은 첨두아치와 리브볼트 등의 고딕건축에서 볼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유럽 최대 크기의 고딕건축물이다.
성벽 밖을 흐르고 있는 론 강에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구조물인 아비뇽 다리(pont d’Avignon)가 있다. 이 곳에 다리가 처음 지어진 것은 로마 시대에 이곳을 오가는 상인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다리가 무너져 오랜기간 방치되어 왔다. 그러다 12세기말 베네제(Benezet)라는 양치기 소년이 그 곳에 다리를 지으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 마을 사람들과 돈을 모아 22개의 아치로 된 아비뇽 다리(또는 생 베네제 다리, pont Saint-Benezet)를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다리도 17세기에 론 강의 범람으로 인해 다리의 일부가 무너져 현재와 같이 중간 앞부분은 모두 쓸려나가 4개의 아치만 남아 있는 모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아비뇽 다리는 14세기에 지어진 교황청(Palais des papes)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아비뇽 다리를 주제로 한 프랑스의 전래동요 가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지면서 이 다리가 유명하게 되었다.
몽생미셸
프랑스 서쪽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노르망디 반도 끝자락에는 몽생미셀(Mont-St Michel) 수도원이 우뚝 자리 잡고 있다. 해안으로부터 약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수도원은 만조 때는 육지와 연결된 방파제만 남기고 바다에 둘러싸이게 되어 마치 물위에 둥둥 떠 있는 요새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도 그 아름다운 모습이 아름다워 꼭 가 보고 싶은 여행지 1순위로 꼽는 곳이다. 현재도 수도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몽생미셀은 708년 이 곳을 관장하고 있던 오베르 주교에 의해 건립이 되었다. 어느날 주교는 꿈에 대천사 미카엘(Michel)이 나타나 몸똥브(Mont-Tomb, 무덤 산, 몽생미셀의 옛 지명)에 수도원을 지으라는 계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주교는 몇 번이고 계속해서 꿈속의 계시를 무시했는데 세 번째 꿈에서 미카엘 천사는 주교의 한쪽 머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구멍을 낸다. 그제서야 놀란 오베르 주교는 계시를 받아들여 몽생미셸을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몽똥브에 작은 원형의 예배당을 지은 오베르 주교는 대천사 미카엘이 강림한 땅인 이탈리아 몬테가르가노에 사람을 보내 대천사의 유물(붉은 옷 끝자락과 대리석 제단 한 조각)을 얻어 오게 하였다. 이 심부름꾼이 모테가르가노에 간 사이 몽똥브 주변 바다에 격변이 일어나 바위산이 순식간에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이 되고 이때 몽생미셀 만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만은 조수 간만의 차가 대단히 커서 간만 때는 물살이 아주 급해 순례하러 찾아온 사람이 밀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았다 한다. 그래서 이 바위산을 ‘해난의 성 미카엘(생 미셀)’이라 불렀다. 현재 아브랑슈에 전하는 주교 오베르의 두개골에는 이마에 대천사 미카엘의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다 한다. 건물은 짓기 시작한 후 800년이 지난 뒤에야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한다.
대천사 미카엘의 계시에 의해 지어진 건물인 만큼 중앙의 교회당 첨탑 꼭대기에는 미카엘 천사의 조각상이 올려져있다. 교회당 아래쪽에는 미카엘 대천사의 명령을 받아 전장에 나서 프랑스를 구했던 영웅 잔다르크의 동상이 서 있다.
이 곳은 영국 해안과 마주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유사시 요새로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1256년에 요새화된 몽생미셸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었던 백년전쟁(1337~1453) 당시 프랑스 군대가 30년이나 이 성 안에서 생활을 하면서 방어했을 정도로 함락시키기 어려웠던 요새였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혁명 이후에는 감옥으로도 사용되었고 나폴레옹 1세도 한 때 이 곳에 수감되었었다 한다. 지금이야 프랑스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과거에는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던 것이다. 이 수도원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미야자키 아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하늘 위를 나는 도시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이 성 안에는 수도원외에도 숙박시설, 가게, 식당 등의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다. 특히 중세 이후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각 가게들의 간판은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가게의 특징을 살린 픽토그램들로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다.
프랑스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이 몽셀미셀을 보려면 상당히 긴 여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프랑스에 3일을 가면 하루는 이 곳을 들르라는 말처럼 자연과 인간이 합작하여 만들어낸 빼어난 절경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